해외입양 기준 강화가 되레 독…갈 곳 없는 아이들 더 늘었다

입력 2021-02-10 16:09   수정 2021-02-11 01:03

바버라 김(66)은 여덟 살 때 서울역에 버려졌다. 선천적으로 한쪽 다리가 짧아 걸음이 불편한 데다 여성이었기 때문에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한국 사회에서는 아무도 그를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보육시설에 머무르다 열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그는 간호사가 돼 미국 사회에 정착했다.

김씨는 은퇴 후 한국으로 건너와 보육시설 퇴소생에게 진로 및 심리상담을 해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정에서 겪은 여러 상처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내 소속감과 정체성을 확립하게 해준 입양 기회에 감사하다”며 “나처럼 장애가 있고 나이가 든 아이들도 가정에서 자랄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6·25전쟁 이후 수많은 아이가 해외로 입양됐다. ‘고아 수출국’이란 달갑지 않은 지적이 나오자 2012년 국내 입양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의 ‘입양촉진·절차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됐다. 이 법에 따라 입양기관은 5개월간 국내 입양가정을 먼저 찾고, 여의치 않을 경우에만 해외 입양을 보내게 된다.

양부모 연령 조건도 국내보다 까다롭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국내 입양부모는 최대 60세까지 지원 가능하지만 국외부모는 원칙적으로 45세까지만 신청할 수 있다. 또 해외로 입양보내는 경우 미혼모나 미혼부의 아이여야 한다. 이 제도 시행 후 해외입양은 확연한 감소세를 보인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916명에 달했던 국외입양 수는 2015년 374명으로 크게 줄은 뒤 2019년까지 3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입양이 감소한 걸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국내입양 역시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 보육시설 관계자는 “장애가 있거나 보육시설에서 자라다 온 아이들은 국내입양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많은 사람이 해외입양은 국가적으로 부끄럽다는 인식이 있다”며 “일각에서는 ‘아이를 해외에 팔아먹는 행위’라는 비난까지 한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하지만 아이들에겐 국내든 해외든 가정에서 자랄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하다”며 “해외입양을 나쁘게 보는 인식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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